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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사물자료-

[스크랩] 열채와 궁굴채의 재료 대나무

올 겨울 윤중임 선생님 설장구 연수를 마치고 선생님과 재광씨 미진씨 한민자님 그리고 영원한 왕언니박상숙님과 함께 담양의 대숲 산책을 했답니다.

 

그렇게 두꺼운 대나무도 처음보고 그렇게 휘어청 휘어지면서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는 대나무에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새롭게 다시 체험했답니다.

 

몸이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윤선생님은 함께 자리를 같이 해주시고 입구에 있는 대나무로 만든 상품을 구경하시며 대잎차를 무척 좋아하신 선생님이 눈에 선합니다.

 

제가 사다드린 대잎차을 좋아해주신 선생님이 오히려 전 참 고마왔답니다.

 

윤중임 선생님은 살판 친구가 만들어 주신 열채로 장구를 치시는데 

대마디가 얼마나 촘촘히 좁게 나열되어있는지 참 단단하고 옹골지고 두껍게 만들어진 열채로

참으로 맛깔스럽게 잘도 치신답니다.

 

두꺼우면서도 힘의 조절과 안배의 적절한 조화에서 나오는 기닥소리에 우리 모두는 뻥 넋이 나가곤 했습니다.

 

장구의 최후의 싸움은 열채인것을 아시는지요........

궁채와의 싸움이 끝나면 평생 얼마나 걸릴까 하는 열채가 떡허니 기다리고 있지요.

그래 니가 장구를 그렇게 좋아해서 이제 나와 한번 붙어 보려 왔느냐 하는것 같은 열채......

 

생각해 보십시요

사물놀이에서는 장구치면서  오히려 궁굴채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후두둑의 형태가 많이 나오니

궁채의 화려한 모습에 열채놀음이 가려지는듯 하지만 천만예요.

 

열채를 터득하지 못하면 장구는 꽝...ㅎㅎ

그리고 각종 무속장단에서도 열채는 거의 궁채를 능가하여 잔가락으로 그리고 가락의 맛과 멋,

배의 길이와 소리의 생명력을 좌우 한답니다.

 

그리고 장단 장구를 보십시요... 결국 궁편은 손바닥에... 열채만 가지고

사람의 소리, 악기의 소리들을 떠 받쳐 주면서 자기를 감추면서 살아있는 놀라운 열채 말입니다.

 

열채 이야기는 이정도 하고 궁굴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윤병하 선생님 말씀처럼 궁채가 원래 뽕이 굴러가게 되어있어 궁굴채라고 했는데 

궁굴채 만드는 사람이 굴러 가지않게 고정시켜 팔게 되면서  궁채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원래 장구를 잘 치는 사람은 열채는 굵은것을 쓰고 궁굴채는 굵기가 굵지 않고 탄력이 많은 대뿌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궁편이나 열편을 칠때, 때려서 소리를 낼 경우 오히려 궁굴채를 못쓰게 되버릴 정도의 탄력이

나는 궁굴채로 합의 소리를 내고 열편으로 궁굴채가 넘어가면 정말 굴러가는 소리를 내었다고 합니다.

 

궁굴채와 열채의 재료인 이 대나무는 사실 우리의 생활 용품을 만드는 재료이기도 하지요... 정말 셀 수 없이 많답니다. 왠만한것은 거의 다 중국산이지요..

우리나라것은 비싸구요...

 

주제를 벗아난 듯하여 다시 돌아 오겠습니다. 궁굴채를 만드는 재료는 대나무라기 보다는 대뿌리라고 해야 겠지요... 그래서 흙과 함께 어울어져있는 대뿌리를 갖고 칠때 나는 소리는 음의소리 이고 

열채를 만드는 재료는 대나무지요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대나무 그래서 열편에서 양의 소리를 낸답니다.

 

대나무는 이중적 속성을 갖고 있는것 같습니다. 마디 마디를 갖고 있어서 곧은 모습을 유지하려 애를 씁니다. 하지만 그 마디 마디는 결국 바람에 의해 휘어지는데 부러지지 않는 큰 역할을 합니다.

지나치게 힘이 가해지고 심하면 당연히 부러지겠지만....

시원한 미풍에 흔들리는 대나무를 볼때 그 대바람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울리게 하는것은 곧음과 휨의 조화의 소리인듯 합니다.

 

이러한 대나무의 속성을 닮아 장구에서는 궁굴채와 열채로 강직함과 신명의 기운을 뿜어내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자근 자근 밟아가며 나즉히 속삭이는 처녀의 봄 기운먹은 싱싱하면서도 갈증을 적셔주는 맑은 소리처럼 마음을 설레게 하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속이 비지 않은 대뿌리 소리인 궁 구궁 구궁 구궁 ........멋진 호흡과  어우러진 태동의 울림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이런 소리를 내게 하는 내손에 꼭 쥐어지는 궁굴채와 열채를 바라보며....

 

어떤 때는 속이 텅빈 대나무처럼 텅빈소리...... 욕심을 다 비운 소리를 내기도 하고

가끔 삶이 가져다 주는 공허와 허무를 있는 그대로.... 또는 달래려 애를 쓰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대나무의 단단한 겉 모습처럼 물하나 바람하나 샐 틈이 없는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꽉 채운 소리를 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한없이 불어 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드리는 대나무의 부드러움의 쾌감을 장구는 표현하지요

 

대나무는 단단 합니다.

대나무는 텅 비어있습니다.

대나무는 곧곧합니다.

대나무는 멋있게 휘어집니다.

 

오늘도 저는 그런 대나무를 손에 쥐고 푸너리(가죽을 치다 가죽을 풀다의 뜻)를 하며 장구와 연애를 하렵니다.

출처 : 열채와 궁굴채의 재료 대나무
글쓴이 : punur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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